리버풀의 광폭 행보: ‘레코드 브레이커’ 비르츠와 ‘스피드광’ 무뇨스로 재편되는 안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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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니 이라올라 감독 체제로 새 출발을 알린 리버풀의 올여름 이적시장이 심상치 않다. 모하메드 살라가 9년 만에 안필드를 떠나고, 코디 학포의 폼 저하와 페데리코 키에사의 이탈이 기정사실화된 상황. 17세 유망주 리오 은구모하 외엔 마땅한 윙어 카드조차 남지 않은 척박한 현실 앞에서 전면적인 스쿼드 개편은 불가피했다. 그리고 리버풀 수뇌부가 택한 해답은 이라올라의 데뷔 시즌을 위해 작정하고 지갑을 여는 것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역대 최고 이적료를 갈아치우며 데려온 플로리안 비르츠, 그리고 뉴캐슬의 눈앞에서 가로챈 스페인의 신성 빅토르 무뇨스가 바로 그 거대한 리빌딩의 핵심 조각들이다.

중원의 거대한 설계자, 플로리안 비르츠

리버풀이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모셔 온 ‘독일 축구의 미래’ 플로리안 비르츠의 이적료는 최대 1억 1천600만 파운드(약 2천148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기본 보장액 1억 파운드에 1천600만 파운드의 옵션이 붙은 형태인데, 이 옵션이 모두 충족될 경우 2023년 첼시가 모이세스 카이세도를 품으며 세웠던 종전 EPL 최고액(1억 1천500만 파운드)마저 넘어서게 된다. 구단 내부적으로 봐도 2018년 피르힐 판데이크를 영입할 때 썼던 7천500만 파운드를 아득히 초월하는 역사적인 지출이다. 바이에른 뮌헨,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 등 내로라하는 유럽 빅클럽들이 군침을 흘렸지만, 메디컬 테스트를 마치고 2030년까지 5년 장기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낸 승자는 결국 리버풀이었다.

비르츠가 왜 이토록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지는 그의 발끝이 여실히 증명한다. 만 17세 15일의 나이로 분데스리가 데뷔전을 치렀던 이 2003년생 미드필더는 2023-2024시즌 레버쿠젠의 사상 첫 리그 무패 우승과 DFB-포칼 제패를 이끌며 세계 최고 반열에 올라섰다. 24-25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9경기에 나서 6골을 폭격했고, 레버쿠젠 소속 6시즌 통산 197경기 57골이라는 묵직한 기록을 남겼다. 유로 2024를 포함해 독일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A매치 31경기(7골)를 소화하며 쌓은 경험치까지 고려하면, 텅 빈 리버풀 중원에서 경기를 조립하고 타격할 확실한 카드로 이만한 매물이 없었던 건 분명하다.

뉴캐슬을 따돌린 하이재킹, 측면의 파괴자 빅토르 무뇨스

중원에 역대급 투자를 감행했다면, 측면에는 실속과 폭발력에 베팅했다. 이라올라 체제의 실질적인 첫 영입작이 될 오사수나의 윙어 빅토르 무뇨스다. 4천만 유로(약 4천500만 달러)의 이적료가 발생한 이 거래에서 흥미로운 점은 리버풀이 이적시장에서 쏠쏠한 ‘하이재킹’ 재미를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1년 전 위고 에키티케를 두고 뉴캐슬의 뒤통수를 쳤던 리버풀은, 이번에도 뉴캐슬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던 무뇨스를 그대로 채갔다. 뉴캐슬 입장에서는 다 잡은 대어를 또 한 번 놓친 셈이다.

22세의 무뇨스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유스를 모두 거친 흥미로운 이력의 소유자로, 지난 2025-26시즌 오사수나에서 첫 라리가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며 스페인 무대의 핫루키로 떠올랐다. 기록만 놓고 보면 34경기 6골 2도움으로 다소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당시 오사수나가 강등을 간신히 면했던 약체였음을 잊어선 안 된다.

그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무뇨스의 번뜩임은 스페인 팬들을 들썩이게 했다. 25-26시즌 라리가에서 그보다 많은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킨 선수는 라민 야말,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킬리안 음바페 단 세 명뿐(75회)이었으며, 25세 이하 선수 중 무뇨스(81회)보다 많은 슈팅을 기록한 선수는 야말 단 한 명뿐이었다. 스피드 역시 경이롭다. 라리가 공식 측정 기준 시속 35.5km로 리그 전체 2위를 찍었고, 본인 입으로는 레알 마드리드 B팀 프리시즌 당시 시속 36.6km까지 달려봤다며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안필드의 새로운 밑그림

이라올라 감독 특유의 에너제틱한 압박 축구에 무뇨스의 저돌적인 직선 돌파는 안성맞춤인 퍼즐이다. 주로 왼쪽 측면에 서지만 공격진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다재다능함도 갖췄다. 지난 3월 세르비아와의 A매치 데뷔전에서 감각적인 아웃프런트 킥으로 스페인 국가대표 데뷔골을 장식하던 장면은 그의 성장판이 아직 활짝 열려있음을 방증한다. 나이와 플레이 스타일을 고려할 때 당장 살라의 일대일 대체자가 되긴 어렵겠지만, 부진의 늪에 빠진 학포와 치열하게 경쟁하거나 아예 그 자리를 꿰차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자원이다.

단숨에 구단 이적료 역사를 새로 쓴 비르츠가 중앙에서 판을 깔고, 거친 스피드로 무장한 무뇨스가 측면을 허문다. 살라라는 거대한 시대가 막을 내린 안필드에, 이라올라 감독이 그리는 새 시즌의 밑그림이 꽤나 도발적이고 흥미로운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