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슈빌 슈퍼스피드웨이를 달구는 두 가지 시선: 로데오의 투지와 토요타의 설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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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내슈빌 슈퍼스피드웨이(Nashville Superspeedway)에는 모터스포츠 팬들의 피를 끓게 할 흥미로운 서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거친 흙먼지 날리는 서부의 투지가 나스카 트럭 시리즈를 통해 서킷 위로 이식되는가 하면, 올 시즌을 그야말로 씹어먹고 있는 토요타가 지독한 ‘내슈빌 징크스’를 깨기 위해 다시 한번 콘크리트 트랙 위에 선다.

불소의 심장을 단 픽업트럭, 내슈빌 스탬피드의 질주

가장 먼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이벤트는 5월 29일 금요일 밤(동부 표준시 오후 8시, FS1 중계)에 열리는 NASCAR 크래프츠맨 트럭 시리즈(CRAFTSMAN Truck Series)다. 토르스포트 레이싱(ThorSport Racing)의 벤 로즈(Ben Rhodes)가 모는 99번 포드 F-150은 이번 경기를 위해 아주 특별한 파트너와 손을 잡았다. 바로 2022년 PBR(프로페셔널 불 라이더스) 팀 챔피언에 빛나는 내슈빌 스탬피드(Nashville Stampede)다.

단순한 개인전을 넘어 불타기(Bull riding)를 팀 대항전으로 탈바꿈시킨 혁신적인 PBR 팀 리그에서, 내슈빌 스탬피드는 2022년 8위에서 챔피언까지 치고 올라가는 한 편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냈다. 스탬피드의 단장 티나 배톡(Tina Battock)의 말마따나 “위대함은 위대함을 알아보는 법”이다. 아드레날린과 투지, 그리고 심장을 울리는 엔진의 고동은 나스카와 서부의 로데오가 공유하는 본질적인 DNA다. 토르스포트 역시 깊은 서부 문화에 뿌리를 둔 가족 중심의 팀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멘탈리티는 레이싱 트랙 위에서 완벽한 시너지를 낼 수밖에 없다.

스탬피드는 텍사스 디케이터에 위치한 NRS 랜치(The Ranch at NRS)를 훈련 기지로 삼아 유소년 라이더들을 육성하는 아카데미까지 운영하며 서부 스포츠의 명맥을 잇고 있다. 현재는 PBR 월드 챔피언 2회 우승자인 저스틴 맥브라이드(Justin McBride)의 지휘 아래 베테랑 코디 지저스(Cody Jesus)와 알란 데 소우자(Alan de Souza), 그리고 떠오르는 신예 카이든 라우드(Kaiden Loud)와 다니엘 페이토사(Daniel Feitosa)가 탄탄한 로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벤 로즈 역시 스탬피드가 보여준 승리를 향한 집념이 자신의 팀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며 다가오는 주말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해당 경기는 NASCAR 레이싱 네트워크와 SiriusXM NASCAR 채널 90에서도 청취 가능하다.)

압도적인 토요타의 2026 시즌, 그러나 내슈빌은 달랐다

금요일 밤의 트럭 시리즈가 거친 서부의 투지를 보여준다면, 주말의 메인이벤트인 컵 시리즈(Cup Series)에서는 토요타(Toyota)가 마주한 ‘내슈빌 잔혹사’가 가장 뜨거운 화두다.

올해 초반 13번의 레이스를 되돌아보자. 23XI 레이싱 소속 타일러 레딕(Tyler Reddick)이 무려 5승을 쓸어 담으며 시즌 최다승을 기록 중이고, 7승을 합작한 토요타는 구단주 순위표 최상단에 군림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우승을 포함해 톱 5에 6번, 톱 10에 8번이나 이름을 올린 조 깁스 레이싱(JGR)의 데니 햄린(Denny Hamlin)이 포인트 2위로 그 뒤를 바짝 쫓는 중이다. 1.5마일 중형 트랙부터 로드 코스까지 모든 형태의 서킷을 정복해 온 토요타에게 2026 시즌은 그야말로 자신들의 개인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1.33마일의 콘크리트 오벌, 내슈빌 슈퍼스피드웨이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180도 달라진다. 지난 5번의 내슈빌 컵 레이스 동안 토요타가 기록한 우승 횟수는 뼈아프게도 ‘0’이다. 특히 넥스트 젠(Next Gen) 차량이 도입된 이후 지난 4번의 레이스에서 JGR 소속 드라이버들이 보여준 퍼포먼스를 생각하면 이 무관의 기록은 기이할 정도다.

기록을 뜯어보면 상황은 더 안타깝다. 넥스트 젠 데뷔 첫해였던 2022년, JGR 드라이버 4명은 총 300랩 중 무려 250랩을 리드하며 트랙을 지배했다. 그러나 우승은 체이스 엘리엇(Chase Elliott)의 몫이었고, 햄린이 6위로 체커기를 받은 것이 JGR의 최고 성적이었다. 2023년에도 각본은 비슷했다. 햄린과 마틴 트루엑스 주니어(Martin Truex Jr.)가 131랩을 이끌며 기세를 올렸으나, 경기 후반 트루엑스를 추월해 버린 로스 채스테인(Ross Chastain)에게 우승을 헌납하며 각각 2위와 3위로 입맛을 다셔야 했다.

2024년은 토요타에게 닥친 징크스의 결정판이었다. 크리스토퍼 벨(Christopher Bell)이 첫 두 스테이지를 싹쓸이하고 131랩 동안 선두를 달렸지만, 트래픽에 갇혀 고전하다가 끝내 방호벽을 들이받고 36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벨의 탈락 이후 70랩을 리드하던 햄린이 우승의 불씨를 살려보려 했으나, 나스카 역사상 전무후무한 5번의 연장전(Overtime) 속에서 결국 연료 부족으로 피트인을 해야만 했다. 그 빈틈을 파고든 팀 펜스케(Team Penske)의 조이 로가노(Joey Logano)가 어부지리로 승리를 챙겼다. 바로 작년 열린 크래커 배럴 400(Cracker Barrel 400) 역시 햄린이 줄곧 선두권에서 맹활약했지만, 최종 승자는 라이언 블레이니(Ryan Blaney)였다. 또다시 펜스케가 축배를 드는 동안 JGR은 압도적인 차량의 스피드를 낭비하며 내슈빌의 명물인 기타 트로피 없이 짐을 싸야 했다.

콘크리트 징크스, 이번엔 깨질까?

숫자만 놓고 보면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JGR 드라이버들은 최근 5번의 내슈빌 레이스에서 전체 1,531랩 중 거의 절반에 달하는 727랩을 선두로 달렸다. 특히 햄린은 이 트랙에서만 344랩을 리드하며 현재 컵 시리즈 드라이버 중 내슈빌 최다 리드 랩 기록을 보유 중이고, 평균 순위 역시 9위로 토요타 진영에서 가장 높다. (23XI의 버바 월리스 역시 평균 12위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과연 이번 주말 토요타는 지긋지긋한 내슈빌의 저주를 풀 수 있을까? 최근 콘크리트 트랙에서 보여준 JGR의 폼을 보면 기대감은 자연스레 부풀어 오른다. 타이 깁스(Ty Gibbs)가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생애 첫 컵 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고, 불과 몇 주 전 도버 모터 스피드웨이 올스타전에서는 햄린이 체이스 브리스코(Chase Briscoe)의 맹추격을 뿌리치고 우승을 차지하며 콘크리트 트랙에서의 해법을 찾아낸 듯한 모습을 보였다.

2021년 컵 시리즈가 내슈빌로 돌아온 이후 토요타가 아직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26년 시즌 초반 13경기에서 이들이 보여준 파괴적인 속도를 고려할 때, 이번 일요일 밤 누군가 토요타의 유니폼을 입고 내슈빌의 기타 트로피를 치켜든다 해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억눌려 있던 징크스가 한 번에 터져 나오며 내슈빌의 콘크리트를 토요타의 색으로 완전히 뒤덮는 주말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