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전승 마감한 아스널, ‘배신자’ 언급한 프랭크의 토트넘과 북런던 격돌
아스널이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을 전승으로 장식하며 북런던 더비를 앞두고 최상의 분위기를 완성했다. 반면 토트넘 홋스퍼는 핵심 전력의 이탈과 내부 잡음 속에서 힘겨운 원정길을 준비하고 있다. 다가오는 주말,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달리는 아스널과 반등이 절실한 토트넘의 맞대결에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로테이션과 승리, 두 마리 토끼 잡은 아스널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이끄는 아스널은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마지막 경기에서 카이라트 알마티(카자흐스탄)를 3-2로 제압했다. 이미 조 1위를 확정 지을 승점 1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아르테타 감독은 과감하게 선발 명단 11명을 전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주말 토트넘전을 대비한 체력 안배와 백업 자원들의 경기 감각 조율을 위한 포석이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카이 하베르츠였다. 무려 358일 만에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하베르츠는 경기 시작 2분 만에 빅토르 요케레스의 선제골을 도우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비록 킥오프 직후 리카르도 칼라피오리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카이라트의 조르지뉴에게 동점골을 내줬으나, 아스널의 화력은 식지 않았다. 전반전이 끝나기 전 하베르츠는 직접 골망을 흔들며 팀에 리드를 안겼고,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의 추가골까지 터지며 승기를 잡았다.
후반전에는 17세 유망주인 브란도 베일리-조셉과 이페 브라히마가 데뷔전을 치르는 등 여유로운 운영 끝에 승리를 지켰다. 이로써 아스널은 조별 예선 전승이라는 완벽한 성적표를 들고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올림피아코스, 아탈란타, 혹은 레버쿠젠과 만날 16강을 준비하게 됐다.
주전 경쟁의 새로운 변수, 하베르츠의 부활
하베르츠의 맹활약은 다가오는 북런던 더비의 선발 라인업에 흥미로운 변수를 던졌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두 경기에서 팀이 득점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교체 아웃되며 입지가 흔들렸던 주장 마르틴 외데고르와 대조적으로, 하베르츠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도 1골 1도움과 3번의 결정적인 기회 창출을 기록했다.
현지 분석에 따르면 하베르츠는 전방에서 요케레스와 호흡을 맞추며 상대 박스 안에서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아르테타 감독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하베르츠는 다양한 위치에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독특한 선수”라며 “그는 리그의 요구 사항과 압박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시즌 후반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는 외데고르가 쥐고 있던 창의성의 중심축이 하베르츠에게로 넘어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흔들리는 토트넘과 에미레이츠의 악몽
상승세의 아스널과 달리 원정팀 토트넘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재 5승 3무 3패(승점 18점)로 리그 5위에 머물러 있는 토트넘은 팀의 상징인 손흥민이 빠진 이후 화력이 급격히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토마스 프랭크 신임 감독의 리더십마저 도마 위에 올랐다. 구단 내부에서 감독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소문이 흘러나오며 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객관적인 전력 차이도 뚜렷하다. 아스널은 올 시즌 리버풀전 0-1 패배를 제외하고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무패 행진을 달리며 8승 2무 1패(승점 26점)로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게다가 경기가 열리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은 토트넘에게 ‘통곡의 벽’과 같다. 지난 19년 동안 토트넘은 이곳에서 단 한 번밖에 승리하지 못했을 정도로 북런던 원정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프랭크 감독의 도발, “옛 제자들은 배신자”
경기를 앞두고 프랭크 감독은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그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미친 집(mad house)”이라 칭하며 라이벌전의 중압감을 표현하는 한편, 과거 브렌트포드 시절 자신과 함께했던 아스널의 다비드 라야와 크리스티안 뇌르고르를 향해 농담 섞인 도발을 날렸다.
프랭크 감독은 “그 두 선수는 이제 배신자들이다. 잘못된 클럽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며 날을 세웠다. 그는 2021년 브렌트포드 지휘봉을 잡고 아스널을 2-0으로 꺾으며 충격적인 데뷔전을 치른 바 있는데, 당시 승리의 주역이었던 제자들이 이제는 적이 되어 만나는 얄궂은 운명을 맞이한 것이다.
프랭크 감독은 이어 “아르테타도 나도 경기를 통제하고 싶겠지만, 이 더비는 통제 불가능한 혼돈 그 자체가 될 것”이라며 치열한 난타전을 예고했다. 그는 “팬들에게는 최고의 흥행 카드겠지만, 우리는 그 혼돈 속에서도 질서를 만들어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