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섹의 ‘차이나 엑시트’와 포트폴리오 재편… 중국 비우고 싱가포르 안방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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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거나 발을 빼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 또한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월스트리트는 이달 초 테마섹 산하의 거대 투자회사인 캐피탈랜드(Capitaland)와 메이플트리(Mapletree)의 합병 소식으로 들썩였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자산 규모만 1,50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투자사가 탄생하게 되어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이 주목하는 진짜 이슈는 단순한 덩치 키우기가 아닌, 그 이면에 깔린 ‘중국 손절’ 움직임과 싱가포르 본토에서의 자산 유동화 전략이다.

초대형 합병 속 감지된 ‘중국 리스크’ 관리

다우존스뉴스와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합병의 표면적인 목적은 펀드 규모를 키우고 중복되는 운영 비용을 절감해 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7일 보도한 내용을 뜯어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발견된다. 두 회사가 합병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캐피탈랜드가 보유한 약 1,040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 자산 중 중국 관련 자산을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캐피탈랜드 자산의 약 35%를 차지하는 중국 부동산을 합병 법인으로 가져가지 않기로 한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로 부실화 우려가 큰 자산을 굳이 떠안고 가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영 합리화를 목표로 하는 이번 합병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사실상 중국 시장에 대한 ‘손절’ 절차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월스트리트와 중화권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그동안 중국 시장에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테마섹마저 태세를 전환했다는 점은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싱가포르 역대 최대 규모 ‘마리나 원’ 매각 시동

중국에서의 발 빼기 움직임과 동시에 테마섹은 싱가포르 안방 시장에서 역대급 자산 매각을 추진하며 현금 확보에 나섰다. 테마섹과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카자나(Khazanah)의 합작사인 M+S Pte Ltd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마리나 원(Marina One)’ 타워를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M+S는 마리나 베이 지역에 위치한 이 오피스 및 리테일 복합 단지의 매각 주관사로 JLL과 이스트딜(Eastdil)을 선정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가는 최대 60억 싱가포르달러(약 48억 달러)에 달한다. 만약 이 거래가 성사된다면, 2016년 블랙록이 아시아 스퀘어 타워 1을 카타르 투자청에 34억 싱가포르달러에 매각했던 기록을 갈아치우며 싱가포르 단일 자산 거래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테마섹 측이 이 시점에 매각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싱가포르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깔려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가 전년 대비 약 27% 급증한 333억 싱가포르달러를 기록했고, 금리 인하 기조와 임대료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투자 수익률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즉, 시장 분위기가 달아올랐을 때 엑시트(Exit)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자산의 가치와 매각의 난관

매물로 나온 마리나 원은 스펙 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독일의 잉겐호벤 아키텍츠가 설계한 이 단지는 싱가포르 친환경 인증인 ‘BCA 그린 마크’와 미국의 LEED 시스템에서 모두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했다. 특히 메타(Meta), 넷플릭스(Netflix), 그랩(Grab) 같은 글로벌 테크 거인들은 물론 줄리어스 베어, 뉴욕멜론은행 같은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입주해 있어 공실 리스크가 낮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가격 경쟁력 또한 갖췄다는 평가다. M+S가 제시한 가이드라인 가격은 평방피트당 2,970싱가포르달러 수준으로, 최근 케펠 리츠(Keppel REIT)가 인근 마리나 베이 금융센터(MBFC) 지분을 평방피트당 3,268싱가포르달러에 인수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낮게 책정되었다. 마리나 원의 임대료가 MBFC보다 약 10% 낮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한 현실적인 가격 설정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자산의 규모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이를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매각 절차가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나, 잠재적 매수자 풀이 얕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원활한 매각을 위해 자산을 더 작은 단위로 쪼개서 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결국 테마섹의 최근 행보는 중국이라는 불확실성은 털어내고, 회복세에 접어든 싱가포르 시장에서는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고도의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요약된다. 신규 오피스 공급 부족과 임차 수요 증가가 맞물린 싱가포르 부동산 시장에서 테마섹이 이번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포트폴리오 재편을 완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