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저자 이진송

입력시간 : 2019-11-10 00:03:24 , 최종수정 : 2019-11-10 00:03:24, 김미진 기자



책 소개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는 하나둘 등장하는 '운동하는 멋진 여성'을 동경하면서도, 막상 운동에 도무지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한 이진송 작가의 운동 에세이다. 작가는 헬스클럽, 요가, 커브스, 수영, 승마, 스노보드, 댄스, 스쿼시, 복싱, 아쿠아로빅, 배드민턴, 필라테스 등 여러 운동을 전전하며 오랜 세월을 운동 센터 '회원님'으로 살아왔다.

 작가는 많은 운동에 도전했지만 매번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럼에도 운동을 멈추지 않는 단단한 의지로 글을 써 내려갔다.

 운동 경험이 다양한 만큼 그 속에서 마주친 차별과 무례함의 얼굴도 다양했다. 수영장에서 사생활을 캐묻던 '인싸' 회원님, '5킬로그램은 빼줄게'라며 대뜸 반말부터 하던 복싱 센터 관장, '이 뱃살 좀 보라'며 옆구리를 쿡쿡 찌르던 트레이너 등 운동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배제, 여성 혐오의 문제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신랄하게, 그러나 하찮은 체력과 부족한 의지를 가진 보통 여자의 운동 경험에 대해서는 발랄하게 이야기를 책 속에 풀어놓았다.

 이진송 작가의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는 오늘도 운동을 가지 않은 독자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출처: 책팜>



저자 소개


 저자: 이진송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여성학, 동대학원에서 한국현대소설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책상에만 붙어 있고, 다이어트에 집착하다 급격한 체력 저하를 겪었다. 이제 나를 잘 지탱해주는 힘을 기를 목적으로 운동에 재미를 붙이는 중인 운동 새싹. 저서로는 <연애하지 않을 자유>, <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 등이 있고, 독립 잡지 <계간 홀로>를 발행하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다정도 체력 / 나의 운동 유목기 / 닫혀라, 갈비…? / 소명 의식 / '굿 플레이스'를 찾아서 /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여 / 찍어 먹는 아쿠아로빅 / 인싸의 습격 / 문무겸비 그녀 / 운동요의 세계 / '딸'의 체중이라는 문제 / 금쪽 같은 여자 트레이너 / 우당탕탕 수영 일기 / 생리 프리덤 / 일확천근의 꿈 / 멋의 폭발, 스쿼시 8년사 / 요가… 파이어! / 핫바 바디의 역습 / 내 몸 사용 설명서 / 내가 이러려고 운동했나 보다 / 말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네요 / 니 맛 내 맛 PT 체험기 / PT, 유사 연애 향 첨가 / 완투 차차차 / 운동은 금메달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홈트 하면 다 언니야 /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 S라인 말고 S 모양 척추요 / 고독한 폴댄서 / 운동을 하면 좋은 것을 먹고 싶어진다 / 맨얼굴로 땀범벅이 될 자유 / 친절한 선생님 씨? / 도전! 국민체력측정 100! / 옷이 날개? 운동복의 딜레마 / 몸, 몸, 몸들 / '아픈 몸'의 지속 가능한 운동 / 남편보다 체력이 필요해 / 여인에게 뜀질을 가르쳐서 조선에 망조가 든다?


 에필로그 




본문


 '준비한 체력이 소진되어 더 이상 일이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 주인' 인터넷에서 유명한 '짤'이다. 이 짤이 인기를 끈 이유는 그만큼 많은 사람이 체력 부족으로 하루가 버거운 느낌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소수를 제외하면 체력은 느린 와이파이로 보는 고화질 영상처럼 버벅거리다 끊기기 일쑤다. 영상이야 짧은 것만 골라 보거나 저화질로 설정하면 되지만, 인생은 그럴 수가 없다. 일을 몰아서 하는 버릇이 있는 나는 30대가 되자 거짓말처럼 체력의 한계에 부딪혔다. 취미가 미루기, 특기가 밤샘이었던 내가 깊은 밤이 되면 독침을 맞은 것처럼 픽픽 쓰러져 드르렁 잠들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



 예술에 대한 압도적인 이미지가 있다. 단 하나의 역작을 만들고자 만든 것을 끝없이 부수는 도예가의 고독… 아니야! (쨍그랑) 이것도 아니야! (쨍그랑) 내가 만들려던 건 이런 게 아니야! (쨍그랑) 자신에게 맞춤한 '인생 운동'을 찾는 데도 비슷한 과정이 필요한 듯하다. 아니야! 너무 지루해! 동선이 너무 복잡해, 운동은 가까운 곳이 최고야! 선생님이 별로 마음에 안 들어, 아니야! 등록과 탈주를 반복하는 동안 헬스클럽이나 복싱 센터를 부수지는 않았다. 부서진 것은 내 통장일 뿐.

 만만한 게 헬스였다. 수험생 신분에서 해방되자마자 헬스를 시작했다.


 - '나의 운동 유목기' 중에서 -



 처음 방문한 복싱 센터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본 뒤 한동안 복싱 쪽으로는 방귀도 안 뀌었다. 그러다 배우 이시영이 복싱을 하면서 복싱 다이어트에 불이 붙었다. 동아리 선배가 복싱 센터에 다닌다는 소식에 귀가 번쩍 뜨여 당장 따라나섰다. 선배가 벌써 몇 달째 다니는 곳이라면 괜찮겠지. 원래 '써본 자'들의 리뷰가 가장 믿음직한 법이니까.

 이번에는 느낌이 좋았다. 대학가 근처여서 회원들이 다 비슷한 연령대였고 여자 회원이 많았다. 관장님은 복서라기보다는 어딘가 에어로빅 강사 같았다. 헤어밴드 때문인지 128bpm 음악에 어울리는 말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적당히 수다스러우면서 선을 넘지 않는 태도에 마음이 놓였다. 

 처음에는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제자리에서 뛰는 기본 풋워크(스텝)만 며칠을 한다. 복싱 센터에는 3분에 한 번씩 땡 하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때부터 30초간 쉬는 시간이었다. 땡 소리가 나면 줄넘기를 하던 사람, 나처럼 기본 스텝을 하던 햇병아리, 멋지게 스파링을 하던 링 위의 불주먹 할 것 없이 다들 헉헉거리며 널브러졌다. 컵라면도 3분을 못 기다려 평생 덜 익은 하얀 면발을 먹어왔는데, 쉬는 시간을 알리는 땡 소리 역시 언제나 하늘이 노래진 다음에야 울려 퍼졌다. 

 한동안 종아리가 두 개로 쩍 갈라지는 듯한 통증 때문에 어기적어기적 걸어 다녔다. 언제부터 내 다리가 쌍쌍바였죠, 관장님? 복층에 살던 때라 계단도 기어서 오르내렸다. 기본 스텝은 지루하지만 조금만 견디면 금방 샌드백을 칠 수 있다. 취미 운동의 특성상 너무 정석 코스대로 돌리면 흥미를 잃은 회원님이 금방 떠나니까. 가드와 공격 기술을 배우면서부터 부쩍 재미가 붙었다. 원투부터 잽, 훅, 어퍼컷, 보디블로… 교복 치마와 '여자애가 무슨'이 제한하는 틀에 익숙한 몸이, 그 범위 바깥으로 팔을 뻗고 무언가를 때리는 감각은 생각보다 강렬하고 짜릿했다. 길을 걷다가도 혼자서 허공에 주먹질을 하며 쉭쉭거렸다.


 -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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