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기획: 캘리시인을 찾아서] 8부 11월의 시 한 편

마지막 가을을 사랑하기 좋은 날

입력시간 : 2019-11-03 14:57:04 , 최종수정 : 2019-11-04 16:56:24, 이용환 기자

10월이 가니 한껏 사랑하는 이를 더 끌어안을 날이 흘렀다. 추위보다 더 외로워질 당신을 홀로 두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 했던 그 말, 마음이 낙엽 져본 사람은 알 것 같은 날이다. 노을 진 그를 읽고 또 읽어야 했을지 모르니까. 봄을 지나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쯤 사랑은 더 애절함을 탄다. 바람사이 끼어든 추위는 오로지 두 사람의 껴안은 품만 뜨거워서 다가가지 못한다. 그 애절함을 좀 더 따뜻하게 나고 싶다면 마음을 애틋함으로 높여 보는 건 어떨까. 서로를 끌어안은 품만큼 뒤지지 않을 따뜻함이기에.



<출처: 사진/ 시 : 용하 , 캘리 : 담쟁>



기약

거름 없이 매일
당신이 남기고 간 
그 약 하나로

허기진 보고픔
달랩니다 애써 둘러

또박하던 그 입술 모양
주문 외듯 기도하듯

금세 올 테요 걱정 마오

그 말 붙잡고
어서 오세요
빨리 오세요

이제 달님 붙잡고
언제 오세요
오긴 오세요


어쩌면 글도 필요 없었을지 모르겠다. 바삐 뛰어가는 뒷모습 하나로 그 한 사람은 내뱉지도 못할 묵직한 그리움이 되었다. 뒷모습에서 부를 수도 없이 눈물이 고인다. 분명 알 것 같다. 설명해준 것도 아닌데 만나지 못할 것 같음을. 그럼에도 붙잡아야 했겠지. 기약이라는 아픈 처방을.



<출처: 사진/ 시 : 감성조각사 한웅 , 캘리 : 리즌캘리>

약속


나무가 그늘을 약속하고

구름이 비를 약속하듯

변하지 않은 오래된 꿈은

당신의 성공을 약속할 것이다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 힘겨웠는데 홀로 모든 걸 짊어져야 했는데. 손가락을 굳이 걸지 않았더라도 지켜질 약속이란 걸. 지금 당장 지켜지지 않더라도 위로가 된다. 나무가 그랬고 구름이 그랬고 변하지 않는 꿈이 그랬으니까. 약속은 언젠가는 지켜질 것이라는 걸.



<출처: 사진/ 시 : 마음소리 , 캘리 : 백작캘리>

소중한 지금


먼훗날 돌아볼 
시간이기에 소중하고

못 돌아올 시간이기에
더 소중한 지금



못 돌아올 시간은 돌아보게 되는 것이라고. 언젠가 되돌아볼 그날 아쉬움 조금 덜어내기 위해서 지금을 사랑하고 지금을 원 없이 누렸으면 좋겠다. 돌아볼지라도 돌아서도 지금이 더 소중할 수 있도록.



<출처: 사진/ 시 : 음유경찰관 , 캘리 : 김영래캘리>



추억

바람이 가져다준 향기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밤하늘이 있었고
초승달이 있었고
새벽이 있었으며
꿈결처럼 그대가 있었다

봄날이었다.



바람이 꿈처럼 이루어졌던 시절. 세상의 모든 사물에 꽃이 생명 피던 그해. 이 대지의 기운은 두 사람 사이 겨울을 미뤄줬겠지. 어느 날 그 뜨겁던 태양이 열기를 잃어 갔더라도 되돌아보았을 추억은 여전히 새벽녘 밤하늘 초승달처럼 그대는 꿈처럼 피어나 내 마음 생명수로 지내고 있음을.



<출처: 사진/ 시 : 최봄 , 캘리 : 채현캘리>


어부

별이 쏜아진다

쏜아지는 별을 
두 손으로 받아
양동이에 가득 담고
주머니에도 가득 담고

별바다였던 하늘은
바다가 되고
하늘이었던 바다는
다시 별바다가 되고

오늘도
별이 쏟아지는 별바다에서
나는 별을 건져 올리는
어부가 된다



여백이 바다가 되었다. 밤하늘 별바다. 암울할 것 같던 밤도 저 반짝이는 별 하나로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어쩌면 나라는 별이 세상에 나왔을 때 우리의 부모님은 그러했겠다. 어두웠을 인생에 우리라는 별 하나로 행복을 낚는 어부가 되는 순간처럼. 누구에게나 밤은 찾아온다. 그리고 별도 뜬다. 우리는 그렇게 어부로 살다 보면 빛을 가득 담고 건지는 날이 꼭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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