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삶을 사는 우리와 고양이는 닮았다.

<우리 동네 고양이> 저자 황부농

입력시간 : 2019-10-31 19:05:35 , 최종수정 : 2019-10-31 19:05:35, 오도현 기자



책 소개


 <우리 동네 고양이>는 황부농 작가의 에세이다.

 어느 동네라도 고양이가 있다. 작가는 그동안 살았던 모든 동네에서 만난 고양이들을 글로 그렸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어떤 고양이를 만났는지를 담담하게. 

 작가는 말한다. 

 "고단한 삶을 사는 우리와 고양이는 어느 면에서는 닮았다."



<출처: 인디펍>



저자 소개


 저자: 황부농


 이후북스 책방지기입니다. 책을 읽고 책을 팔고 책을 사요. 책을 사서 책을 읽고 책을 팔아요. 책을 팔아서 책을... 그만하겠습니다. 

 저녁에는 일기를 씁니다. 고양이 네 마리의 집사입니다. 꿈은 훌륭한 집사가 되어 고양이들에게 칭찬받는 것(반은 이루었습니다.)



목차


 총 96페이지



본문


 내가 은평구 신사동 산새마을 그 산꼭대기 집 앞에 갔을 때

 된장찌개 냄새가 흘러나왔지 

 할머니가 어찌나 달그락거리든지

 구수해서 맛있게도 입맛을 다셨지

 냠냠

 내가 냠냠 거리고 있을 때

 내 옆에서 고양이도 냐옴냐옴 거리고 있었지

 냐옹냐옹 이었던가

 ㄴㅇㅗㅁㅑㅇㅜㄴㅁㅛㅛㅁ

 흩어진 것들을 모으려는 소리

 어스름이 지는 저녁에

 나와 고양이는 회색 시멘트 집 앞에서

 냠냠 냐움냐움

 나는 그게 부르는 소리였고

 고양이는 대답하는 소리였고

 근데 누굴 부르고 누구의 말에 대답했는지는 몰라

 우린 그냥 고픈 사람 고픈 고양이

 나는 그 집에 들어가지 않았어

 고양이도 들어가지 않았어

 우린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고

 냠냠 거렸어

 허기졌어


 - 우린 그냥 고픈 사람 고픈 고양이, 13페이지 중에서 - 



 난 뭐랄까

 몸뚱이 반 토막은 수산시장에 나온 생선이었지

 옴짝달싹 못하지만 숨은 쉬었고 버둥거리기는 했고

 고양이 먹이가 되어 녀석들 배불릴 쓸모라도 가졌다면 

 그것도 괜찮을텐데


 난 뭐랄까

 반은 먹힐 준비가 되었고

 반은 먹을 준비를 했지


 노량진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비릿한 냄새가

 나는 날도 있고 안 나는 날도 있는데

 냄새를 맡은 날은

 시장에 해산물이 더 많이 들어온 날이라고

 알지도 못하면서 

 내 멋대로 결론을 냈지

 그러면 나는 먹이를 찾으러 발길을 돌리고 싶다가도

 아니 내가 먹잇감인데 어딜 가나 싶기도 했지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하는

 알아야 할 것들 투성이의 삶이

 뭐랄까 반만 사는 것 같잖아


 - 난 뭐랄까, 55페이지 중에서 - 


 귀여움 두 스푼 

 발랄함 한 스푼

 어제 먹고 남은 긴장 0.5스푼

 균형감 1.5스푼

 3대째 내려오는 털 한가득 

 전하지 못하는 아쉬움 한소끔

 눈물 한 방울 

 침묵 섞어서

 관심 그릇에 그리움으로 버무려

 태양초 엉뚱함을 간을 해

 시기 질투 숙성시켜

 고온에서 굽는다

 맛있다 치고

 조심스러움 곁들인다

 먹었다 치고

 새초롬 한 사발 들이킨다

 위로의 맛이 난다

 맛있다 치고 선물처럼 아낀다

 기호에 따라 조용하고 느리게 떠들썩하고 요란하게

 슬픔 눌러 담는다

 없으면 아쉬운 서글픔 찍어

 잠들기 전 호흡처럼 가지런하고 단아하게

 아리고 시큰한 실패도 넣어

 촉촉한 만능 야옹이

 하나쯤은 있을 고양이 레시피


 - 3대째 내려오는 털 한가득, 65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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