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작가 인터뷰]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모두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꾼, 시와 작가

독립작가 인터뷰

입력시간 : 2019-10-15 18:54:46 , 최종수정 : 2019-11-09 16:24:24, 정은길 기자

이집트와 사랑에 빠져 이집트의 오아시스 마을 이름인 ‘시와’로 필명을 쓰는 작가. 그녀가 쓴 첫 독립출판물의 제목 역시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는 《시와SIWA》다. 원래 이집트를 좋아했나 싶었는데 ‘이집트’의 ‘이’자도 몰랐단다. 그런 그녀가 이집트 여행을 처음 시작한 계기는 엉뚱하게도 핀잔 섞인 엄마의 대답에서 비롯되었다. 엄마와 함께 TV를 보던 도중 아프리카 이야기가 나오길래, “엄마, 나 저기로 여행 갈까?” 했더니, 엄마의 대답이 묘하게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기도 안 찬다는 표정으로) 네가?”



“원래부터 이집트에 가고 싶어서 갔던 건 아니에요. 사실 제가 제일가고 싶었던 곳은 아프리카 케냐였는데, 그 당시에 정보가 너무 없어서 인터넷에 ‘아프리카’라고 치면 다 ‘이집트’만 나오더라고요. 내가 아프리카에 간다고 했지, 엄마한테 구체적으로 케냐에 간다고 했던 건 아니었으니까, 이왕 큰소리친 거 ‘아프리카 중에 이집트라도 가자’ 해서 이집트를 가게 된 거예요. 근데 어떻게 보면 그 여행이 제 인생에서 아주 큰 전환점이고 신세계를 보았던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죠.”



이제 와서 보면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겠지만, 첫 이집트 여행부터 그녀에게 감동이 밀려왔던 건 아니었다. 시와 작가는 첫 이집트 여행을 실망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처음 이집트에 갔을 땐 너무 실망스러웠어요. 거대하고 웅장한 피라미드를 상상하고 공항에 도착했는데 사방에 보이는 건 모래 색깔뿐이고, 택시를 타고 가는데 아파트 뒤로 보이는 피라미드를 보고는 스핑크스도 안 보고 그냥 나왔어요. 그런데 제 생각과 달랐던 게 또 있었어요. 바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왜 나한테 이렇게 하지?’, ‘왜 모르는 사람한테 이렇게 할까?’,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뭘까?’ 한두 명이 아니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낯선 이방인에 대해서 개방적인 거예요. 내가 우리나라에서 외국 사람을 만났을 때도 이렇게는 안 할 것 같은데 말이에요. 사람들의 친절하고 개방적인 태도가 저는 되게 궁금했어요. 우리나라와 다른 기후나 음식도 신기하기만 했고요. 그래서 그 신기한 걸 조금 더 알아보고 싶고, 또 알아보고 싶어서 자주 이집트를 드나들게 됐죠.”



내 손으로 직접 책을 만드는 과정은 산 넘어 산이었다 여러 차례 이집트를 오가며 이집트의 진정한 매력을 알아버린 후, 그 이야기를 엮어 독립출판물로 만들기까지 했으니 과연 삶의 큰 변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2015년, 시와 작가의 첫 책, 《시와》가 탄생했다.



“2015년에 처음으로 만든 독립출판물은 《시와》라는 작품이에요. 이집트 사하라의 오아시스 마을 이야기로, 첫 책이다 보니까 하고 싶은 거 다 해봤습니다. 프롤로그를 봉투 안에 넣어보기도 했고, 마을 지도도 직접 그려보고, 제일 뒤에는 엽서를 넣었는데 이건 빼서 사용을 하셔도 안에 같은 그림이 남아 있게 인쇄를 해봤어요. 정말 말 그대로 하고 싶은 거 다 해봤습니다.”



여행을 다녀와서 책을 내는 사람은 많다. 엄마와 둘이 세계여행을 다녀와서 책을 낸 후 유명한 여행가가 된 작가도 있고, 독일에는 거의 빈손으로 2년 동안 수련여행을 다녀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경우도 있다. 시와 작가는 첫 이집트 여행에서 돌아와 한국에서 아랍어 공부도 하고, 다시 이집트로 여행을 가서 1년 이상 머물기도 하는 등 누군가 툭 건드리면 이집트에 대해 몇 시간이고 말할 자신이 있단다. 그런 그녀라면 독립출판물이 아닌, 기성 출판물로 더 많은 독자를 만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저도 사실은 기성 출판을 생각했었어요. 이집트 여행을 오래 다녀 보니까 너무 힘들게 여행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제가 알고 있는 꼭 필요한 정보만 모아 간단한 가이드북 형태로 준비를 했어요. 근데 책 준비를 거의 끝냈을 때 이집트에서 민주화 혁명이 일어나 단체 관광객들이 다 끊긴 거예요. 이런 분위기면 기성 출판사에서 제 콘텐츠에 관심이 없죠. 책을 내봐야 여행을 가는 사람이 없으니까.


가이드북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면 책 정보가 달라져야 돼요. 변화된 내용이 반영이 안 되면 오히려 여행자들한테 혼란을 줄 수 있잖아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제가 준비한 내용들은 일단 블로그에 지역별로 전부 정리를 해서 다 올려놨어요. 그리고는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집트 이야기들을 제가 원하는 방식이었던 4가지 테마로 나눠서 직접 책을 만들어보게 됐습니다. 바로 사막, 바다, 고대 이집트, 이슬람 이집트였어요. 이집트에는 피라미드만 있는 게 아니고 너무나 아름다운 바다도 있고, 고대 이집트 신전도 알고 보면 재미있는 스토리가 많거든요. 조금이라도 알고 가면 더 좋은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해서 제가 이집트에 대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테마별로 담아봤죠.”


시와 저자의 모습이다.<출처:최우근 사진작가>


‘직접 책을 만들었다’는 건 말만 쉬운 일이지, 실제로 이를 실행으로 옮기려면 생각보다 어려운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책 만드는 과정이 어땠는지를 물었더니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험난했다는 말이 나왔다.



“험난했습니다. 책을 만드는 인디자인 프로그램도 사용할 줄 몰랐어요. 한글 파일로 책 편집과 디자인까지 애를 쓰며 했더니 안타깝게 보신 주변의 몇몇 지인들이 도와주셔서 결국은 인디자인으로 책은 나왔어요. 이후에는 독립서점이 어디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서 시 파는 서점, 그램 책 파는 서점 등의 서점 컨셉도 알아보지 않고 입고 메일을 막 드렸어요. 그중 한 곳에서 장문의 거절 메일을 받고는 유통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시작했구나 싶더라고요. 나중에는 다른 분들 얘기도 많이 듣고 내 책이 어느 책방에 어울릴지 생각도 해보면서 배운 게 많았습니다.”



독립출판 작가를 직업으로 삼는 건 가능한 일일까? 이제 시와 작가는 5년 차 독립출판 작가로서 이집트 여행 책뿐만 아니라 《제주도는 가고 싶고 운전은 못 하고》, 《탐라일기》 시리즈 등 꾸준히 자기만의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책을 만들면 만들수록 시간과 비용은 증가할 텐데, 종합출판사도 책 팔아 돈 벌기 어렵다고 말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그녀에게 독립출판 작가는 어떤 직업의 의미를 갖고 있을까 궁금했다.



“만약에 제가 독립출판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면 당연히 못했을 거예요. 제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피아노를 가르치는 생업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책을 만들고 싶어서’입니다. 잘 팔리는 책 보다 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으로 책을 고른 거라 수입은 좋지 않지만요. 이게 수지가 맞는 작업이 아니거든요. 누구는 그러더라고요. 사치스러운 취미 아니냐고. 비싼 취미라고. 사실 저도 돈을 벌고 싶죠. 돈 버는 책도 만들고 싶은데 콘텐츠도 제 맘에 쏙 드는 책이어야 해요. 제 마음은 그런데 그 둘은 만날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웃음).


정은길 기자와 순정책방에서 인터뷰하는 시와 작가의 모습이다.<출처:최우근 사진작가>




마켓의 접점에서 독자들과 만나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시와 작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분명 있을 것 같았다.


“제가 작년에 어떤 도서전에 가서 들었던 이야기예요. 손님들이 이렇게 지나가시면서 “여기 책이 왜 이렇게 별로인가 했더니 독립출판 섹션이네” 이러시더라고요. 독립출판물은 저급한 출판물이 아니고 다양한 사람들이 개성을 담아 저마다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얼마든지 독립출판물로도 좋은 콘텐츠가 있습니다. 독립출판 작가들이 진심을 정말 꾹꾹 담아서 쓴 책들도 정말 많거든요. 제 작업물뿐 아니라 독립출판물을 모아놓은 곳에 가셔서 내용도 한번 유심히 봐주시면 좋겠어요.”


대화의 마무리쯤, 그녀는 눈빛을 빛내며 다음 책들의 계획을 들려주었다. 오래전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다녀온 아프리카 여행기를 그림으로 풀어내 《오래된 아프리카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리고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신들 중 신전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을 담아 소책자로 만들어 이집트 여행 중에 활용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그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남아 있는 한, 그녀는 계속 책을 꿰매고 표지를 붙이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다. 그렇게 세상에 다양성을 넓히는 이야기가 추가될 것이다. 그 이야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Copyrights ⓒ 뮤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정은길기자 뉴스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