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하지 않은 은유로 채워져 배움마저 있다

<내 안에 하늘이 조금만 더 컸으면 해> 공저

입력시간 : 2019-10-05 18:04:14 , 최종수정 : 2019-10-08 14:21:26, 이용환 기자

책 소개


등단을 통한 감성이 이미 입증된 시인들. 4인이 모여 또 한 번 사랑과 인생을 표효했다 

은유의 기술이 확실히 남다르다. 생각하게 만들고 머물게 한다. SNS에서 생산되는 

인스턴트 글들이 아니다. 수제로 다듬어졌고 한 땀 한 땀 공들여진 문장들이다. 

감성만 있는 줄 알았더니 배울 게 있는 글이다. 이럴 때 소장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출처: 문화발전소>


저자 소개

조명제(시인)평설에서


김경진

대체로 시를 간결하게 쓴다.

절제되고 압춥된 정서에 맑고 정직한 인식의

내면을 드러낸다. 그리움의 대상과 서로 등을 돌린

대극점에 선 사랑과 존재의 실체를 탐색한다


김준호

시는 짧다. 짦음 속에서 행간의 방백과

심상의 반전을 꾀한다ㅣ. 단시형 미학에 승부를

걸겠다는 자세마저 엿보인다.


신정아

시편은 사상에 대한 사유의 깊이와

방법적 변용이 탁원하다.사물에 대한

관찰과 숙고, 증측적 이미지의 현상은

그 특유의 자질로 관측된다.

이 시인이 가꾸고자 하는 사유의 공간은

화려한 정원이 아니라,외로운 길가의

들꽃 다소곳한 공간이다.


최진영

현실적 현상의 리얼리티를

시작의 근간으로 삼고있다

사상의 현상을 예시주시하며 그 이면에

잠복해 있는 사물의 이치와 미묘한 기미를

가지의 언어로 구현해 낸다



목차

김경진, [뜸 들이는 저녁] 외
뜸 들이는 저녁 18 나날 19 송가 20 발톱 21 손이 하는 일 22 
액자 23 데생 24 엘리가 죽은 날 25 이불을 걷는 시간 26 속사정 27 
기차 안에서 28 속사정 2 29 쌍방과실 30 일자손금 31 한 여름의 과실 
32 지평선을 걷다 33 나의 만다린 34 굿모닝 35 숨바꼭질 36 백야 37

김준호, [별똥별] 외
소라 40 별똥별 41 노을 42 언제부터인가 43 하루살이 44 커피 
45 사랑 46 보름달 47 봄 48 우체통 49 불행 50 서울 51
시인의 고백 52 가시오가피 53 가난 54 이별 55 
죽은 자는 산 자를 위해 소리 없이 흐느낀다 56 경청 57
소망 58 금반지 59

신정아, [가난한 벼에게] 외
오동나무 62 가난한 벼에게 63 회상 64 꽃이 내게로 오다 65
비우기 66 등나무 67 안부 68 동행 69 부부는 말이 없다 70
산은 허리가 있다 72 등 돌린 사람아 73 가짜 74 놓다 75
말일을 기다리다 76 발톱 78 방의 존재 80 나에게로 오는 길 81
허수아비를 사랑하다 82 사랑니 83 안경 벗기 84

최진영, [연어] 외
연어 1 88 연어 2 89 편의점에서 90 절에 올라 91 죄다 별이 된다면 92
참전용사 93 아이스 아메리카노 94 지하철에서 95 싸 보여? 96 땅의 온도 98
낚시질 99 해바라기 100 김성래 101 백야 102 빌딩 파도 103 응급실에서 104
강북삼성병원 106 신춘문예 107 엄마 108 병원에서 109 화분 110


본문



김경진 p.20 송가

녹음이 없는 가로수에 떨어진
매미 한 마리

텅 빈 공간에는 

메아리가 없다

-

김경진 p.37 백야

너는 겨울의 남극을 걷고 있었고
나는 여름의 북극을 걷고 있었다

나는 짧은 밤에 한낮의 사랑을 꿈꾸고
너는 짧은 낮에 한범의 사랑을 떠올리낟

서로 등 돌릴 때
길어지는 시차들

우리는 긴긴밤을 맞이하기 위해
수많은 실을 짜야 한다

더 이상 끊어지지 않도록
서로의 이마를 마주할 수 있게

-

김준호 p.40 소라

분명 바다를 사랑했던 거야

자신을 덜어내고

바다로 채웠잖아

-

김준호 p.45 커피

새하얀 종이컵에
황톳길을 내어주었다

그대 사뿐히 쏟아지라고

-

신정아 p.63 가난한 벼에게

혹시 그대는

너무 가난한

가을 벼가 아닌가,

바람 쫓아

한 곳으로만 기우느라

살결 닿지 못하는

-

신정아 p.83 사랑니

초식동물처럼
질긴 풀을 질겅거리다가

육식동물마냥
닥치는 대로 사냥을 했다

정작 짐승에겐 없는 이로
짐승처럼 먹어댔으니

체증을 앓을 수밖에

없어도 그만일 것으로
너무 많은 것을 씹어버렸다

-

최진영 p.91 절에 올라

절에 올라
절이 왜 절이냐 스님에게 물었더니
절이라 절을 많이 해 절이라신다

한참을 웃다가 
가장 낮은 곳에 오래 계신단 말씀이시죠 했더니
절은 다 산에 있는데 하시며 허허허 웃으신다

이 절에 가장 큰스님은
누구시냐 스님께 물었더니
세상 만물이 모두 내 큰스님이지요
하시더니 슬쩍 큰스님 눈치를 본다

-

최진영 p.102 백야

여긴 23.5도쯤 기울어져 있고요
위도 약 48도 이상의 층이에요
밖은 밤이지만 경쟁은 낮이랍니다
잠들면 얼어 죽어요
눈 크게 뜨고 일하세요!
밤은 정확히 6개월 남았고요
돈은 한 지의 오차가 없죠
조금 삐딱하게 서 있어도 이해할게요
우린 원래 태어난 순간부터
23.5도쯤 삐뚤어져 있으니까요
지금 와서 바로잡을 필요는 없어요
우린 이미 삐뚤게 중심을 잡았거든요
요즘은 제가 제대로 서 있는 건지도
가끔 의문이 들 때까 있다니까요
아!죽도록 힘드시다면
창밖의 빌딩들을 보시겠어요?
그렇죠? 참 아름다운 백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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